우리 영화계의 가장 풍부한 스토리텔러는 이준익 감독이 아닐까.
2005년에 <왕의 남자>로 세상을 놀래킨 이준익 감독은 그가 내어 놓는 작품마다 독특한 감성을 덧칠한 이야기 보따리 들을 풀어 놓았다.
올 여름 그가 내 놓은 <님은 먼곳에>에는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은 이른바 이준익1을 연출한 이후 영화사 ㈜씨네월드를 운영해왔다.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등의 흥행 작품 제작은 물론이고 <벨벳 골드마인>, <메멘토>, <헤드윅> 등 작품성 면에서 빼어난 외화들을 수입/배급했다. 2003년 퓨전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황산벌>과 2005년의 영화 <왕의 남자>, 2006년 <라디오 스타>등의 흥행작들이 있다."> "음악영화" 3부작의 결정판으로 불리운다.
<님은 먼곳에>의 영화 줄거리는 다소 황당한데 있다. 1971년 월남전을 배경으로, 애인이 있던 남편 상길(엄태웅)과 사랑 없이 결혼한 시골 아낙네 순이(수애)가,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을 찾아 위문공연단으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면서 겪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좌충우돌과 터무니없는 파란만장함들을 그렸는데도 영화 <님은 먼곳에>는 그러한 과장됨을 잠시 제쳐두고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순이가 어떻게 3대 독자 상길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꼬박 꼬박 매달 군대 간 남편의 면회를 가는 순이에게 상길은 “니 내 사랑하나?”라고 빈정거리기만 할 뿐이다. 순이와 결혼하고 나서 군대로 내뺀 상길은 이번엔 베트남으로 내뺀다.
영화 <연인>만큼은 아니지만, 이준익 감독은 전쟁통의 번잡하고 이국적인 베트남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었다. 그리고 순이가 베트남으로 남편을 찾으러 가기 위해 합류하게 되는 위문공연단 멤버들도 그럭저럭 성공리에 꾸린 듯 하다.
밴드의 리더 정진영을 필두로 싱어 수애, 베이시스트 정경호, 드러머 신현탁, 기타리스트 주진모로 이루어진 위문 공연단이 전쟁통에서 펼치는 코믹하고 개성있는 위문활동들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타짜>의 짝귀 주진모가 직접 선보인 기타 연주 솜씨도 수준급이고 수애의 멜로 연기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이준익 감독에게 있어 왕의 남자라고 불리우도 좋을 장진영의 물오른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제목으로만 봐서는 <님은 먼곳에>는 확실히 촌스럽지만, 잘 짜여진 이야기와 개성있는 배우들의 호연, 코믹한 대사와 상황이 빚어내는 영화적 재미는 어느 영화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가지 흠이라면, 군데 군데 보이는 영화적 억지스러움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노골적으로 드라나는데 있다. 수애가 공연 후 벌어들인 달러를 용득이 불태우는 장면이나, 수애가 총탄이 쏟아지는 야전진지로 남편을 만나러 들어가는 장면 등은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깔아먹는 결점들이다.
그리고 "순이"의 정체성에 대한 애매함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베트남으로 떠나는 순이와 밴드의 일원으로서의 자아를 발견해 가는 순이, 남편을 위하여 미군 중령에게 몸까지 바치는 순이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연결장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영화는 님은 먼곳에,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컷마다 깔아 두었다. 속물 사기꾼 정진영이 결국 돈이 되지 않는 수애의 진로와 기꺼이 함께하는 장면들이 이를 잘 말해 주는 것은 아닐까.
영화 정보
제목 님은 먼곳에
제목은 69년 데뷔 앨범을 통해 김추자가 불렀던 동명의 히트곡명에서 따왔다.
장르 전쟁, 드라마
국가 한국, 베트남
상영시간 126 분
개봉 2008. 7. 23
감독 이준익
각본 최석환
촬영 나승용
음악 이병훈, 방준석
배우 수애(순이, 써니), 정진영(밴드의 리더, 정만), 정경호(베이시스트, 용득), 신현탁(드러머 철식), 주진모(기타리스트 성찬), 신정근(대대장)
제작 (주)타이거픽쳐스, 영화사아침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평점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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