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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황야의 7인>을 매우 감명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뭐 줄거리 조차도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땐 총잽이를 보는 것만으로 흥분되던 때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봤는데, 이 작품이 <황야의 7인>의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랬다.

또한 어린 시절 우리나라는 선비정신으로 버티는 나라이고, 일본은 사무라이 정신이 이끄는 나라라는 그럴듯한 말을 들은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한국인이지만 난 선비정신의 실체를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7인의 사무라이>를 본 나로서는 이제 선비정신보다 사무라이 정신이 대충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칭송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1954년 제작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는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거머쥐며 일본엔 '대형 액션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사하고, 세계엔 사무라이의 정신과 구로사와 아키라는 영화감독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영화는 6년후 할리우드에서 율 브린너 주연의 <황야의 7인>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고, 폭력미학의 완성이라는 셈 페킨바의 <와일드 번치>의 액션장면의 모태가 되었으며, 루카스, 스필버그, 코폴라 등 오늘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영화 <7인의 사무라이>는 16세기 황폐해진 일본의 전국시대가 배경이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한 작은 산골마을 주민들은 기근속에서 그나마 수확한 식량으로 보리고개를 넘기며 살고 있다. 어느날 산에 나무하러 갔던 한 농부가 수확기가 끝나면 마을을 약탈하러 오겠다는 산적들의 말을 듣고 그만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휩쓸린다. 갑론을박끝에 사무라이를 고용해서 마을을 지키자는 쪽으로 어렵게 뜻을 모아서 사무라이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가난한 마을살림으로 사무라이를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이 사무라이를 모셔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눈물겹다. 마침내 교묘한 지략으로 인질로 잡혀있던 어린아이를 구출해 오는 사무라이 감베이를 초빙하는데 성공한다. 감베이의 인품의 향기는 고로베의 명예, 가츠시로의 순수함, 규조의 겸손, 헤이하치의 여유, 시치로치의 의리, 가츠시로의 충성, 가짜 사무라이 기추치요의 정의로움을 끌어내어 7인의 사무라이를 형성한다.

마을에 도착한 사무라이들은 작은 산골 마을을 요새로 만들어 간다. 흡사 국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같다. 감베이의 지도아래 담을 쌓고, 함정을 만들고, 마을민들을 훈련시키며, 산적의 침략에 대비한 전략전술을 짠다. 국가활동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이윽고 산적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전투장면들로 영상은 채워진다.


호우속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결전은 이 영화의 백미를 이룬다. 대격전 끝에 도적 떼들은 전멸하고, 많은 주민들과 4명의 사무라이의 희생끝에 마을은 평화를 찾는다. 승리의 기쁨으로 흥에 겨운 마을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장면은 흥미롭고, 말이 소대신 쟁기를 끄는 것도 이채롭다. <술 취한 천사> 이후 계속 구로사와 아키라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하야사카 후미오의 장중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감베이의 마지막 언사는 비장함을 전한다. 
"승리는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한 것이다. 백성들은 땅과 함께 언제까지나 살아갈 것이다." 

사무라이가 일본인들의 정서에 어떻게 체화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7인의 사무라이>를 통해서만 보면, 사무라이 정신이 일본 주류사회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이 작품을 전후하여 시나리오 전문 작가들과 공동으로 작업해 왔다. 1954년 전후 일본은 무엇보다 "일본정신"이 필요했을 것이고, 희생과 충성으로 대표되는 사무라이 정신은 그 적임으로 보이기도 한다.(그럼 우린 해병대 정신인가.해병대 조직문화는 독특하고, 연구대상으로는 매력적인 조직이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흑백영화를 보는 것은 넌센스일수도 있다. 몇몇 장면들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카메라 웤이 저급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그 시대의 문맥 중심으로 들어가 그 시대의 문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7인의 사무라이>는 말해준다. DVD 영화보기의 진정한 매력은 흑백에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정보
제목 7인의 사무라이 The Seven Samurai, 七人の侍, 1954
드라마, 액션 | 일본 | 205 분 | 개봉 2004.04.16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배우 시무라 다케시, 토시로 미푸네, 이나바 요시오, 미야구치 세이지
평점 7.0/10
RE 2008/11/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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